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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인해제의방/시계두바퀴

20200608::욕심에 치이는 학기

by Helloy 2020.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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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하던 연구 패턴에 한계를 느껴서인지

이번 학기는 약간 과하게 욕심을 부린 것 같다.

내 ID/PW를 알려줄테니

내가 다음 학기에 또 수업을 들으려 하거든, 과감하게 삭제해달라고 했다

 

사실 한 2학기 전부터 전필 한과목만 들으면 코스웤이 끝나는 상태였다.

추가적으로 뭘 들을 필요도 없고한데

학생 - 연구자 그 애매한 경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학문적으로 아는게 하나도 없는 상태라는 말은

왠지 저번 일기에도 쓴 듯

여전히 아는게 없다고 느끼는 구나, 나

 

지식적으로 아, 이런쪽은 이런식으로 돌아가는구나..를 인지하였으나,

습득/체득은 아직인 것 같다

 

내가 발을 들이면 좀 곤란해질 분야를 알아가는 듯

공부/연구는 하면 할수록 해선 안되는 분야를 알아가는 활동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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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말을 잘 반납하며 산 것 같다

그러다보니 연구실 올 때 아무 생각없이 터벅터벅 온다

 

하루 중 행복한 순간은 아침에 뭔가 햇빛이 살랑거리고, 초록초록한 걸 볼때

갑자기 아, 다 ㄷ졌으면...이란 생각이 들면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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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이제 진짜 무직상태가 되셨다. 

그 옛날, 가정에서 딸은 살림 밑천이다. 라는 말을 따라간건지

엄마는 20살이 되자마자 공무원 시험을 보고 충남에서 4등으로 합격을 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쉼없이 일해온 그녀는 나의 존경 최상위 랭크에 있다.

 

가끔 엄마한테, 엄마는 젊을 때 고민이 뭐였어/아빠랑 왜 결혼했어 같은 류의,

약간 유치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심오한 질문들을 물어보면 항상 모른다, 별 생각이 없었다와 같이

기억을 삭제한 듯한 대답만 돌아온다.

 

그래서 나는 엄마가 진짜 취미도 없고 흥도 없이 살아온줄 알았는데

엊그제 김영철 아저씨의 동네한바퀴를 같이보다가 엄마의 취미가 LP판 모으기였다는걸 알아냈다.

음악청취가 취미였다니..하긴..혼수로 턴테이블을 사고, 본인의 피아노를 가지고 있던 엄마였다.

 

새삼 놀라운 구석이었다.

 

암튼 기억하려했던 포인트는 이게 아니라,

요즘 엄마는 굉장히 쉽게 내게 때려치라고 한다.

본인이 너무 성실히 살아서, 그닥 그럴 필요까진 없었더라..라는 걸 전해주고 싶은건지

아니면 딸이 공부에 실증내는 거 같아서 그럼 집어치워라 라는 뜻으로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전 같았으면, 조금이라도 더 붙들고 있어봐라, 성실히 열심히 해야한다, 라고 할 것 같은데

요즘은 다 때랴챠 가 입에 챱챱 붙어있다.

 

덕분에 나도 엄마의 때랴챠를 들을 때마다 약간은 신나고 가벼운 마음이 든다.

덜 열심히 살아야지.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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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 조금 할 수 있게 되니,

어디든 떠나고 싶다

 

그냥 차안에서 흥얼흥얼 거리면서 운전대 잡는게 좋다

그런 김에 오늘 저녁에 쏘카를 또 빌려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