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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인해제의방/시계두바퀴

20240423::나는 아직도 님이 불편합니다.

by Helloy 2024. 4. 23.

나는 언니한테 좋은 감정만 남기고 싶었는데, 요즘에는 그게 너무 힘들어요.

언니는 언니 입으로 사람과 친해지면 너무 많은 정을 줘버리기때문에 그 선이 어렵다고 하지만,

나는 그말을 믿을 수 없습니다.

정을 주는 만큼 상처도 쉽게 주니까요.

 

2018년 그날, 그 친구가 본인에게 고백했다며, 저에게 날 좋아해주는 사람 만나라며 울며 얘기했었죠.

그때까지는 뭐 괜찮았어요. 이해할 수 있었어요 어차피 사람 마음이 다 내 것이 아니니까.

그런데 그 날의 A 오빠와의 하이파이브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언니의 기억에는 없을 수도 있지만.

드디어 나에게 얘기했다며, 홀가분한 마음에, 멋쩍음과 미안함을 애써 감추려는 행위였겠죠.

그런데 그러면 안됐지 않았을까요? 본인은 날 위로하려고 그날 나를 불러낸 거였을텐데.

 

그래도 언니가 저한테 준 정이 있으니까, 저도 고마운 기억이 있으니까 시간이 해결해줄거라는 생각으로 잘 지내왔어요.

아무것도 모를 다른 사람들이 언니와 그아이의 관계를 보고 저한테 둘의 사정을 물어와도, 저는 그래도 둘의 비밀이라 생각해서 잘 지켜주며 지냈던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언니의 하이파이브가 생각났지만.

조금의 금은 갔을지언정 그게 크게 문제될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큰 문제일 수 있어도 그냥 아니라고 잘 덮어오며 지내왔어요.

 

솔직히 저한테 미안하거나 측은한 감정이라도 조금은 남아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아닌것 같더라구요.

이것 저것 트집잡는 얘기를 왜 다른 사람한테 해서 제 귀에 들어오게 하시는지, 왜 은근한 까내림을 하시는 건지,

애써 메꿔놓았던 그 작은 틈이 다 깨져버렸어요. 그냥 이젠 언니와 무슨 얘기를 해도 다른 곳 가서 얘기하고 이러쿵저러쿵 하실 것 같아서, 언니를 좀 피했어요.

아마 2023년 초였을거예요, 언니가 요즘 아끼는 동생이 미국에서 있던 학회 때 만나서 해준 얘기예요.

숙소를 왜 이렇게 골랐는지 모르겠다부터 시작해서 어디 잠깐 놀러갔다오자고 했다고 동네방네 얘네 미쳤냐고 얘기를 하셨더군요.

저에게 그 얘기를 해준 동생도 결국 정치질하다 입으로 망할 스타일 같아서 차단했지만, 그 동생도 한 뒷담하던데 꿋꿋하게 언니 옆 지키는 걸 보고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거리를 두는게 느껴졌는지, 제 거리두는 방식이 버릇이 없게 느껴졌던건지 언니는 언젠가부터 저를 배제하시더라구요.

저도 미국 이후로 언니와 더이상 할 말이 없기도 해서 오히려 잘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마음이 오락가락한게 막상 그렇게 티나게 거리 두시니까 그건 좀 서운하고 어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힘들기도 했습니다, 사실 아직까지 힘들긴 해요.

아직도 후배들 여럿 거느리며 노신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교수님이 누가 누굴 어떻게 평가하더라 라는 얘기를 또 듣고 굳이 전하시는게 들리고, 점점 예전에 알던 정 많다던 언니는 누구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언니도 누군가에게 대차게 데여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끔 들어요.

언니는 염려해본적이나 있을까요, 내가 언니에게 대차게 데였다는 걸.

언니는 양날의 검같아서, 일적으로는 괜찮은 시너지를 낸다고 생각하는데,

가끔 과거로 돌아가서 언니와의 인연을 시작하지 않을 수 있는 버튼이 있다면, 누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업이 끝나고 해외로 가려는 이유 중 하나도 그냥 이런 엉켜버린 관계들로부터 좀 환기하고 싶어서도 있어요.

그만큼 저는 학업기간 중 사람이, 언니가 제일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언니에 대한 기억이 안좋게만 남아있는 걸 보면.

연구는 그냥 내가 하면 되는데, 사람은 내가 어떻게 한다고 해도 내 뜻대로 되지 않거든요.

사람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언니지만.

 

가끔 안부는 묻지만 더 깊은 인사까지는 나누지 않는 우리 사이가 진짜 답답하게 느껴지긴해요.

뭔가 서로 궁금은 하고 싫은 것도 있고, 좋은 것도 있고.

저도 언니한테 왜 그랬는지 묻고싶은게 많고.

그래서 심사가 끝나면 언니에게 그동안의 이야기를 꺼내볼까 고민 중이예요.

언니가 상처받을까요? 또 남에게 이야기할까요? 

저도 이젠 그녀가 누구랑 놀았다더라, 뭐라고 했다카더라로 의미심장해지는 것으로부터 졸업하고 싶어서요.

 

공과 사, 그외의 범주가 있다면 아마 우리가 그곳일텐데,

이제는 공과 사 중 하나의 카테고리로만 언니를 남기고 싶습니다.

 

몇년간 이고지고 살아온 얘기를 여기에나마 적으니까 한결 나은 것 같기도 하네요.

이런 얘기 어디 가서 못하거든요, 모든 사람에 언니가 묻어있어서.

그동안 제 마음속에서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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